저는 카메라랑 렌즈만 사면 다 끝난 줄 알았어요. 결제하고 택배 뜯을 때까지만 해도 그랬어요. 근데 막상 R7에 새아빠백통 끼우고 에버랜드 나가보니까 그게 시작이더라구요. 가방이 안 닫히고, 어깨는 끊어질 것 같고,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이 같이 찍혀 있고요. 솔직히 좀 당황했어요.
장비를 산 다음에 진짜로 사진을 좌우하는 건 그 옆에 붙는 자잘한 것들인 것 같아요. 제가 그동안 하나씩 사면서, 또는 아직 못 사고 고민 중인 것들을 정리해봤어요.

1. 필터
렌즈 앞에 끼우는 유리 한 장이에요. 처음엔 솔직히 이게 뭐 그리 중요한가 싶었는데, 70-200 정도 되는 렌즈 앞유리에 흠집 나면 그게 더 큰일이더라구요. 보호용으로 하나 끼워두는 게 맘이 편해요.
저는 호야 필터를 쓰고 있어요. 가격대도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고, 화질에 큰 영향 없이 앞유리 보호되는 느낌이라 만족하면서 쓰는 중이에요.
그리고 동물 친구들 찍을 땐 유리창 반사가 진짜 골칫거리예요. 실내 방사장 유리에 제 카메라랑 제 얼굴이 같이 찍히는 경우가 많아요. CPL 필터(편광 필터라고 하더라구요)를 끼우면 그 반사를 좀 죽여줄 수 있다고 해서 저도 알아보는 중이에요. 야외에서 하늘 찍을 때 끼워본 적은 있는데, 파란색이 확실히 좀 더 진하게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동물 친구들 찍을 때도 한번 제대로 써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어요.
2. 스트랩
R7에 새아빠백통 끼우면 2kg 넘어가요. 카메라 살 때 들어 있는 기본 스트랩으로는 솔직히 못 버텨요. 한두 시간 메고 있으면 목이랑 어깨가 진짜 아파요.
저는 픽디자인 슬라이드를 쓰고 있어요. 이건 직접 써본 거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패드가 넓어서 무게가 좀 분산되는 느낌이고, 탈부착이 빨라서 삼각대 쓸 때나 가방에 넣을 때 편하더라구요. 그리고 카메라 바디 말고 렌즈 밑에 있는 삼각대 마운트에 스트랩을 연결하면 바디에 가는 무리도 좀 줄어든다고 해서 그렇게 쓰고 있어요. 무거운 렌즈 쓰시는 분이면 스트랩은 진짜 먼저 챙기는 게 맞는 것 같아요.
3. 가방
이게 좀 골치 아파요. 렌즈 끼운 채로 들어가는 가방이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구요. 새아빠백통이 후드까지 끼우면 길이가 꽤 되거든요.
저는 일단 기존 백팩을 활용하려고 이너백을 하나 샀어요. 안에 칸막이 있는 거요. 새 가방을 또 사기엔 좀 그렇고, 기존 가방에 끼워 넣으니까 그럭저럭 쓸 만하더라구요. 근데 동물 친구들 찍을 땐 결정적인 순간이 진짜 짧아요. 가방 열어서 렌즈 끼우는 사이에 그 순간이 다 지나가요. 그래서 렌즈 끼운 채로 바로 꺼낼 수 있는 가방이 좋다는 얘기는 저도 공감해요. 나중에 여유 생기면 그런 걸로 한번 바꿔보고 싶어요.
4. 메모리카드
이건 의외로 중요했어요. R7은 연사가 빠른 편이에요. 근데 메모리카드 쓰기 속도가 안 따라주면 연사 누르다가 카메라가 잠깐 멈춰버려요. 이걸 버퍼링이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처음에 그냥 집에 있던 SD카드 쓰다가 동물 친구들 뛰는 거 찍으려는데 중간에 카메라가 멈춰서 진짜 아쉬운 순간을 놓친 적이 있어요. 그 다음부터는 좀 빠른 등급으로 바꿨어요. 저는 지금 128기가짜리 두 장을 돌려가면서 써요. 한 장이 꽉 차면 다른 한 장으로 갈아끼우는 식으로요. 출사 한 번 나가면 사진이랑 영상이 꽤 쌓이는데, 두 장 정도면 하루 종일 찍어도 부족했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5. 그밖에 자잘한 것들
렌즈 청소용 천이라든가 블로어 같은 것들요. 동물 친구들 찍으러 다니다 보면 먼지가 진짜 잘 붙어요. 비싼 거 안 사도 되니까 가방에 하나씩 넣어두면 마음이 편해요.
그리고 실리콘 후드도 하나 챙겨두면 좋아요. 동물 친구들 찍을 땐 유리창에 렌즈를 바짝 붙여야 할 때가 많은데, 그때 렌즈 앞이 유리에 닿으면서 흠집 날까 봐 좀 조마조마하더라구요. 실리콘 후드를 끼우면 유리에 부드럽게 닿으니까 그런 걱정이 좀 줄어요. 반사 빛 차단에도 도움이 되구요.
전체적으로 정리하면, 카메라랑 렌즈 사고 끝났다 싶었는데 그 다음이 더 큰 산이었어요. 아직도 살 게 남았다니 좀 허탈하긴 한데, 그렇다고 위에 적은 걸 다 한 번에 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본인이 가장 불편한 것부터 하나씩 채워가시면 될 것 같아요.
저는 스트랩 먼저, 그 다음 이너백, 그렇게 갔어요. 다음엔 CPL 필터. 유리창 반사만 좀 잡아도 동물 친구들 사진이 훨씬 깨끗해질 것 같아서요. 혹, 같은 고민 하고 계신 분이라면 저랑 비슷한 순서로 하나씩 채워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전 픽다지인 스트랩을 구입했어요. 궁금하시다면 링크로 확인해 주세요.
https://www.peakdesign.com/global/products/slide?Color=Bl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