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진 찍을 때 기다리는 시간을 꽤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보다, 사실 그 전에 가만히 보고 있는 시간이 더 길어요. 특히 동물 친구들이 자고 있을 때요.
매주 에버랜드에 가다 보니까 자는 친구들을 정말 많이 봐요. 판다 친구들도 그렇고, 호랑이 형아도 그렇고, 다들 진짜 잘 자요. 처음에는 솔직히 좀 아쉬웠어요. 보러 왔는데 자고만 있으니까요. 근데 몇 번 다니다 보니까, 자고 있을 때가 오히려 더 좋아지더라구요.
자는 친구를 찍는 건 언뜻 쉬워 보여요. 안 움직이니까 초점도 잘 맞고, 구도도 천천히 잡을 수 있어요. 근데 막상 해보면 그렇게 쉽지가 않아요. 자는 모습 자체는 다 비슷비슷하거든요. 진짜 좋은 컷은 자고 있다가 살짝 움직일 때, 귀가 한 번 쫑긋할 때, 눈을 뜰까 말까 할 때 나와요. 그 순간을 놓치면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해요.
그래서 저는 한 자리에서 한참을 서 있어요. 새아빠백통이 좀 무거운 편이라 어깨가 슬슬 아파오는데, 이상하게 그 무게가 싫지가 않아요. 카메라 들고 가만히 서 있는 그 시간이 좀 좋아요.
기다리는 동안 머릿속이 좀 비워져요. 평소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편인데, 뷰파인더로 자는 친구만 보고 있으면 그냥 그 친구만 보이거든요. 숨 쉬는 거, 꼬리 살짝 움직이는 거, 그런 것만요. 핸드폰도 잘 안 보게 돼요.
가끔은 그 친구가 깨어날 때까지 한 시간 넘게 그냥 보고 있을 때도 있어요. 옆에 계신 다른 분들은 한 컷 찍고 다른 곳으로 가시는데, 저는 그냥 거기 있어요. 뭐 대단한 컷을 노리는 건 아니고, 그냥 그 친구를 보고 있는 게 좋아서요.
기다리는 동안 빛이 조금씩 바뀌어요. 구름이 지나가면 좀 어두워지고, 다시 환해지고. 그때마다 알칠 노출을 조금씩 만져요. 배경에 거슬리는 게 있으면 옆으로 한 발짝 옮겨서 가려보고요. 자는 친구를 보면서도 손은 계속 뭔가 만지고 있어요. 그러다 친구가 살짝 움직이면 그제서야 셔터에 손을 올려요.
R7에 프리슈팅이라는 기능이 있어요. 셔터를 누르기 전 잠깐의 시간을 같이 기록해주는 건데, 자는 친구를 찍을 때 이게 가끔 도움이 되더라구요. 눈 뜨는 순간을 놓쳤다 싶을 때, 다시 보면 찍혀 있는 경우가 있어요. 매번 그런 건 아니고요, 가끔이요.
자는 동물 친구를 한참 보다 보면, 약간 그 친구가 평온해 보여서 저도 같이 평온해져요. 진짜 아무 걱정 없이 자는 모습을 보면 좀 부럽기도 하고요. 사진을 잘 찍어야겠다는 생각보다, 그냥 이 시간이 좋아서 거기 있는 거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러다 친구가 눈을 뜨면, 그때부터는 좀 빨라져요. 하품하는 컷, 기지개 켜는 컷, 멍하니 이쪽을 보는 컷.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나와요. 한 시간 기다린 보상이 5분 안에 다 들어와요. 그 5분 때문에 한 시간 서 있는 거예요.
혹, 동물 사진 찍으러 가셨는데 친구들이 자고 있어서 아쉬우셨던 적 있으신가요? 그럼 한 번 그 자리에서 좀 더 기다려보시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자고 있는 모습도 찍어두고, 깨어나는 순간도 같이요. 한 시간이 길면 30분이라도요. 자고 있는 모습이 아쉬운 게 아니라, 자고 있어줘서 그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 거에요. 저는 그래서 요즘 자는 친구들을 만나면 좀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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