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란색만 찾아 떠난 출사 — 컬러 프로젝트 첫 번째 (알칠 + 새아빠백통)
저는 날씨에 영향을 조금 받는 사람이에요. 날이 좋고 파란 하늘을 보면 그냥 아무 일 없어도 기분이 좋고 룰루랄라 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요. 기분 따라, 날씨 따라, 컬러별로 사진을 찍는 날을 정해보면 어떨까?
저는 사진이 늘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숙제처럼, 꼭 해야 할 일처럼이 아니라요. 어느 상황에서나 즐겁고 재미나게, 일상 가까이에 함께 있는 그런 취미요.
그래서 오늘은 평소처럼 이것저것 다 담는 욕심을 잠깐 내려놓고, 파란색 하나만 찍어보기로 했어요. 알칠(캐논 R7)이랑 새아빠백통(RF 70-200mm F2.8) 들고요.
파란색만 찾기로 한 날
평소엔 눈에 들어오는 거 다 찍었어요. 근데 그날은 그냥 ‘파란색 아니면 안 찍는다’로 정해보고 싶었어요.
막상 거리에 나가보니까 색이 너무 많더라구요. 빨간 신호등, 노란 간판, 초록 가로수. 평소엔 다 예뻐 보였을 텐데, 그날은 좀 달랐어요.
근데 파란색만 보겠다고 마음먹으니까 평소엔 안 보이던 게 눈에 들어와요. 낡은 트럭 적재함의 바랜 파랑, 누가 대문에 칠해둔 짙은 남색, 빌딩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조각 하늘. 하나만 보고 다니니까 평소랑 좀 다른 거리가 보이더라구요.
새아빠백통이 답이었어요
이 프로젝트, 솔직히 광각이었으면 좀 힘들었을 것 같아요. 광각은 너무 많은 걸 한 번에 담으니까요.
근데 새아빠백통은 제가 보고 싶은 부분만 골라 담기에 좋아요. 200mm 끝까지 당기면 (알칠은 크롭바디라 환산 320mm 정도예요) 옆에 있는 전선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화면 안에 안 들어와요. 파란색만 남거든요.
망원으로 찍으면 멀리 있는 파란색이랑 가까이 있는 파란색이 한 화면에 같이 보여요. 평면 같은데 이게 좀 재미있어요.
알칠로 본 파란색
파란색이라고 다 같은 파란색이 아니더라구요. 진한 코발트부터 옅은 하늘색까지, 다 좀 달라요.
이번엔 픽처 스타일을 ‘풍경’으로 두고, 파란색 채도만 살짝 조정했어요. 너무 올리면 인위적으로 튀어 보여서요.
하늘은 화이트 밸런스를 ‘태양광’으로 고정했을 때 가장 자연스러웠어요. 그늘에 숨은 파란색은 살짝 보라끼가 돌 때가 있는데, 알칠은 그걸 묵직한 짙은 파랑으로 잡아줘요.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셋팅값 만지는 거, 어떤 분들은 귀찮아하시던데 저는 이게 사진의 큰 재미 중 하나예요.
그날 셋팅 정리
정답은 아니고, 그냥 그날 제가 쓴 셋팅이에요.
| 항목 | 이렇게 했어요 |
|---|---|
| 타겟 컬러 | 짙은 파란색 위주 |
| 화각 | 150~200mm 구간 |
| 노출 보정 | -0.3 정도 살짝 |
| CPL 필터 | 있으면 장착 |
| 파일 | RAW |
CPL 필터는 없어도 괜찮은데, 하늘 찍을 땐 있으면 색이 좀 더 진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난반사를 잡아주는 필터예요.)
파란색만 찾고 다니다 보니
파란색은 평온하고 차분한 느낌이라고 하더라구요. 근데 그날 실제로 파란색만 찾아다녀 보니까, 찾는 시간 자체가 좀 차분해지는 시간이었어요.
봐야 할 게 한 가지로 줄어드니까 머리가 가벼워졌어요. ‘저 파란색은 어디서 온 거지’, ‘이 빛은 왜 이렇게 보이지’ 이런 거 보다 보면 시간이 훅 가요.
전체적으로 결과물보다 그 시간이 좋았어요. 컬러 프로젝트 계속 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다음엔 무슨 색으로 가볼까. 혹, 같이 해보고 싶은 색 있으신가요? 카메라 들고 색 하나만 정해서 나가보시죠. 의외로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