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끔 에버랜드에 가요. 판다 친구들도, 호랑이도, 다 유리창 너머에 있어요. 그래서 유리창에 비친 제 옷, 옆사람, 천장 조명이 사진에 같이 찍힌 적이 정말 많았어요.
집에 와서 사진을 넘겨보다가 ‘아, 이거 너무 좋았는데’ 싶은 컷에 제 얼굴 같은 게 흐릿하게 비쳐 있으면 좀 속상하더라구요. 그래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그나마 덜 비치게 찍는 방법을 좀 정리해봤어요.
전문가 팁이라기보단, 그냥 매주 가서 찍다가 알게 된 것들이에요.

1. 검은색 옷 입기
이게 솔직히 제일 효과 좋았어요.
처음엔 별생각 없이 그날 입고 싶은 옷 입고 갔어요. 근데 밝은색 니트 같은 거 입은 날은 유리에 제가 그대로 비쳐서 사진 한가운데에 분홍색 얼룩 같은 게 떠 있는 거예요. 그날 이후로 동물 친구들 찍으러 가는 날은 거의 검은색 위주로 입어요.
가디건 하나 따로 챙겨가서 유리창 앞에서만 걸치는 것도 좋아요. 저는 검은색 얇은 셔츠 하나 가방에 그냥 넣고 다녀요.
2. 렌즈 후드를 유리에 살짝 붙이기
새아빠백통 후드가 좀 큰 편이에요. 처음엔 ‘이걸 왜 끼고 다니지’ 싶었는데, 유리창 촬영에선 이게 진짜 도움이 되더라구요.
저는 기본 후드 말고 실리콘 후드를 따로 사서 끼우고 다녀요. 유리에 닿아도 스크래치 걱정이 덜하고, 재질이 부드러워서 살짝 눌러도 유리에 잘 맞춰지더라구요.
후드를 유리에 살짝 댄다는 느낌으로 가까이 붙이면, 후드랑 유리 사이가 작은 어두운 공간이 돼서 옆에서 들어오는 빛이 차단돼요. 실리콘 후드로 바꾸고 나서 이게 훨씬 편해졌어요. 기본 후드는 딱딱해서 유리에 댈 때마다 조심스러웠는데, 실리콘은 그런 부담이 없어요.
3. 정면 말고 살짝 비스듬히
정면으로 찍으면 천장 조명이 그대로 렌즈로 들어와요. 그래서 유리에 대고 살짝 각도를 비틀어주면 반사광이 옆으로 빠지더라구요.
처음엔 ‘왜 각도를 바꾸지’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같은 자리에서도 몸을 살짝 옆으로 트는 것만으로 비침이 확 줄어요. 동물 친구가 정면 보고 있어도 너무 정면에서 찍으려고 욕심내지 말고 살짝 옆에서 찍어보세요.
4. 초점은 동물 친구 눈에만
알칠에서 1점 AF나 스팟 AF로 좁혀두면 좋아요. 영역을 넓게 잡으면 카메라가 유리창에 묻은 지문이나 먼지에 초점을 맞춰버릴 때가 있어요. 저도 그런 사진 많이 건졌어요. 분명 찍을 땐 잘 보였는데 집에 와서 보면 동물 친구는 흐릿하고 유리 표면만 선명한 사진들이요.
좁게 잡고 친구 눈에 직접 맞추는 게 제일 확실했어요.
5. 노출은 살짝 어둡게
유리창 너머는 보통 우리 쪽보다 어두워요. 카메라가 알아서 밝게 맞추려고 하다 보면 사진이 좀 뿌옇게 나오더라구요.
저는 노출 보정을 한 칸 정도 살짝 내려두고 찍어요. 그러면 비치는 빛들이 좀 죽고, 동물 친구 본래 색이 더 잘 살아요. 이건 좀 찍어보면서 그날 조명 보고 조정해야 해요.
6. CPL 필터, 저는 꽤 만족하면서 쓰고 있어요
저는 호야 CPL 필터 쓰고 있어요. 새아빠백통이 77mm 구경이라 거기에 맞는 걸로 골랐어요.
CPL은 필터 앞부분을 돌려가면서 쓰는 건데, 돌리다 보면 유리창에 비치던 번들거림이 어느 순간 확 줄어드는 지점이 있어요. 처음 써봤을 때 그게 좀 신기했어요. 모든 반사가 마법처럼 없어지는 건 아닌데, 옷이 비치는 거나 조명이 번지는 게 분명히 덜해요. 색감도 좀 진해지는 느낌이고요.
대신 빛이 조금 줄어드는 거라 어두운 실내에선 셔터 속도가 떨어질 수 있어요. 동물 친구가 많이 움직이는 날엔 그날 상황 보고 끼고 뺐다 해요.
가림막은 저는 안 해요
유리창에 검은 가림막을 딱 붙여놓고 찍으시는 분들이 있어요. 빛을 확실히 차단할 수 있긴 한데, 그게 붙어 있으면 옆에서 같이 보고 계신 분들 시야가 가려지더라구요. 동물원은 다른 분들도 같이 보는 공간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안 쓰기도 하고, 다른 분이 붙여놓은 가림막이 있으면 그 자리는 좀 피해서 다른 쪽에서 찍으려고 해요.
저는 검은 옷이랑 후드 밀착 정도로 충분히 만족하면서 찍고 있어요.
후보정으로 살려보는 것도 한 방법
아무리 신경 써도 비침이 완전히 안 사라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땐 라이트룸에서 디헤이즈(흐림 제거) 살짝 올려주면 뿌연 게 좀 걷혀요. 부분적으로 마스킹해서 그 부분만 대비 올려주는 것도 도움 돼요.
근데 솔직히 후보정으로 살리는 것보단 찍을 때 잘 찍는 게 훨씬 편하긴 해요.
매주 찍다 보니까 알게 된 건데, 유리창은 어쩔 수 없는 조건이에요. 동물 친구들이 유리 너머에 있는 건 못 바꾸니까요. 근데 검은 옷 입고, 후드 잘 활용하고, 각도 살짝 틀어주는 것만으로도 결과물이 꽤 달라져요.
혹, 비슷한 고민 중이신가요? 다음에 가실 때 한 번 검은 옷 입고 가보세요. 저는 이거 하나로 비침 사진이 절반은 줄었어요.
동물친구들 찍는 제 셋팅법입니다. 필요하시다면 아래글도 함께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