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백통 들고 나갔던 날이 생각나요. 무겁고, 가방에 안 들어가고, 한 시간만 메고 다녀도 어깨가 뻐근했어요. ‘이거 그냥 18-150mm 하나면 충분할 텐데 왜 사서 고생인가’ 싶었거든요.
근데 그날 이후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200mm로 보는 데 익숙해지니까 다른 화각으로는 못 담는 게 보이더라구요. 오늘은 그 얘기를 좀 해볼게요.
알칠은 크롭 바디라 200mm를 끼우면 환산 320mm가 돼요. 숫자만 보면 그냥 멀리 있는 거 크게 찍히는 렌즈인데, 막상 들여다보면 그게 다가 아니더라구요.
광각으로 찍을 땐 어쩔 수 없이 배경 잡다한 게 다 들어와요. 전봇대, 지나가는 사람, 멀리 보이는 간판 같은 거. 근데 200mm로 뷰파인더를 보면 그게 다 프레임 밖으로 밀려나요. 화각이 좁으니까 당연한 건데, 그게 좀 마음을 정리해주는 느낌이 있어요.
동물 친구들 찍으면서 알게 된 것도 있어요. 너무 가까이 가면 친구들이 먼저 알아요. 눈빛이 굳고 자세가 경계 모드로 바뀌어요. 그 순간 찍은 사진은 아무리 초점이 맞아도 좀 어색하더라구요. 카메라를 의식하고 있다는 게 그대로 묻어나거든요.
근데 백통으로 충분히 떨어져서 찍으면 친구들은 제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자기 할 일을 해요. 풀 뜯고, 졸고, 깃털 정리하고. 그 자연스러운 모습이 사진에 그대로 담겨요. 저는 이게 백통이 주는 제일 좋은 점인 것 같아요. 화질이나 보케 같은 것도 좋지만, 친구들 방해 안 하고 가만히 볼 수 있다는 거요.
망원으로 찍은 사진을 보면 신기한 게 하나 있어요. 분명 멀리서 찍었는데 피사체랑 배경이 딱 붙어 보여요. 흔히 압축 효과라고 부르는 건데, 사실 렌즈가 뭘 압축한 게 아니라 멀리서 찍다 보니 그렇게 보이는 거래요. 숲에서 나무들을 200mm로 찍으면 실제로는 몇 미터씩 떨어져 있는 나무들이 한 프레임 안에 빽빽하게 모인 것처럼 보여요. 떨어져 있는데 같이 있는 느낌. 이게 묘하게 좋더라구요.
여기까지 읽으시면 백통이 무조건 좋은 것처럼 들릴 텐데, 단점도 있어요.
일단 무거워요. 70-200 F2.8이면 렌즈만 1kg이 넘고, 알칠이랑 합치면 1.5kg는 그냥 넘어요. 가볍게 산책 나갈 때 들고 가긴 좀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저는 ‘오늘은 백통만 들고 간다’ 마음먹은 날에만 챙겨요. 이도저도 아니게 다 챙기면 결국 안 꺼내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좁은 데선 진짜 답답해요. 카페나 실내에선 거의 못 써요. 200mm로 사람 얼굴 클로즈업하려면 한참 떨어져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 실내가 별로 없거든요.
손떨림도 생각보다 커요. 알칠 바디랑 렌즈가 같이 잡아주긴 하는데, 셔터 스피드가 1/500초 밑으로 내려가면 슬슬 불안해져요. 어두운 데서 동물 친구들 찍으려면 ISO를 좀 과감하게 올려야 해요. (ISO는 어두울 때 밝기를 끌어올리는 값인데, 너무 올리면 사진에 노이즈가 좀 껴요.)
단점 다 적어놓고 결론이 이거라 좀 웃기지만, 그래도 다시 사라면 또 살 것 같아요.
망원으로 보는 데 한 번 익숙해지면 다른 렌즈로 동물 친구들 찍을 때 자꾸 아쉬워져요. ‘조금만 더 당겨졌으면’ 하는 순간이 너무 많거든요.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지만 친구들 방해 안 하고 그 자연스러운 순간을 담을 수 있다는 게 저한텐 제일 커요.
다음엔 알칠 커스텀 모드 셋팅이나 동영상 설정 같은 실전 얘기로 돌아올게요.
📷 메모해두는 촬영 팁
- 배경에 빛 투과되는 나뭇잎 있으면 그쪽으로 동선 잡기. 보케 구슬이 예쁘게 나와요
- 동물 친구들 찍을 땐 자세 낮추기. 눈높이 맞추는 것만으로 분위기가 달라져요
- RAW로 찍는 거 한 번 써보세요. 망원 사진은 미세한 색 계조가 많이 살아나는데, JPG로는 그게 좀 아쉽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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