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끔 에버랜드에 가요. R7에 새아빠백통 끼고, 동물 친구들 찍으러요. 근데 솔직히 잘 찍은 날보다 망친 날이 더 많아요. 한 100장 찍어오면 건지는 건 몇 장 안 돼요.
집에 와서 사진 넘겨보다 보면 ‘아, 이건 또 왜 이렇게 찍었지’ 싶은 컷이 한 둘이 아니에요. 처음엔 그런 사진들 그냥 휙휙 지웠는데, 요즘은 그냥 둬요. 다음에 또 그러지 말자고요. 오늘은 그동안 제가 한 실수들 몇 가지 풀어보려고요.

초점이 자꾸 뒷배경에 가 있더라구요
판다 친구 찍는데 분명 얼굴 보고 셔터 눌렀거든요. 근데 집에 와서 보니까 초점이 뒤에 있는 나뭇가지에 딱 맞아 있는 거예요. 정작 얼굴은 흐릿하고요. 그 컷이 마음에 들었는데 못 살려서 좀 아쉬웠어요.
자동초점이 가까이 있는 잎사귀나 창살 같은 거에 먼저 잡히는 것 같아요. 동물 친구가 뒤쪽에 있고 앞에 뭐가 가리고 있으면 더 그래요. 지금은 눈에 초점 잡고 한 번 더 확인하고 누르려고 하는데, 그래도 가끔 놓쳐요. 빠르게 찍어야 할 때는 또 못 챙기더라구요.
새아빠백통이 진짜 무거워요
백통 들고 한참 서서 찍다 보면 팔이 후들거리는 순간이 와요. 그때 찍은 사진들은 거의 다 흔들려 있어요. 처음에는 셔터 스피드 문제인 줄 알았는데, 막상 보면 그냥 제 팔이 떨려서 그런 거였어요. 손목도 좀 아프고요.
요즘은 좀 힘들다 싶으면 잠깐 카메라 내려놓고 쉬어요. 무리해서 들고 있어봐야 흔들린 사진만 잔뜩 남더라구요. 가끔은 팔 살짝 기대고 찍기도 해요. 그게 훨씬 안정적이에요.
사진이 까맣게 나온 날
조리개 만지작거리다가 그대로 두고 찍었던 적이 있어요. 집에 와서 보니까 사진이 거의 까맣게 나와 있었어요. 처음에는 카메라가 고장 났나 싶었거든요. 근데 막상 셋팅 다시 보니까 그냥 제가 잘못 만져둔 거였어요.
밝은 곳에서 찍다가 어두운 실내관으로 바로 들어갔는데, 셋팅을 그대로 두고 누른 것도 있고요. 그날은 진짜 한참을 그렇게 찍고 있었어요. 화면 한 번만 봤어도 알았을 텐데, 동물 친구한테 정신이 팔려서 그런 것 같아요. 지금은 환경이 바뀌면 화면 한 번 확인하고 누르려고 해요.
유리에 비친 제 모습
판다 친구들 실내관은 유리 너머라 반사가 진짜 골치예요. 신경 안 쓰고 찍으면 사진에 제 손이나 카메라가 같이 찍혀 있어요. 어떤 날은 뒤에 서 있는 다른 분 옷 색깔까지 비쳐 있고요. 그런 사진은 보정으로도 잘 안 살아나요.
지금은 렌즈를 유리에 거의 붙이다시피 하고 찍는데, 그래도 각도에 따라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어요. 이건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찍으시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분명 동영상 누른 줄 알았는데
동영상 모드로 바꾸고 빨간 버튼 눌렀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까 안 찍혀 있었던 적이 있어요. 그날 동물 친구가 평소에 잘 안 하는 행동을 했었거든요. 다 끝나고 확인해보니 영상 파일이 없는 거예요. 그때 진짜 허무했어요.
뭐가 잘못 눌린 건지, 안 눌린 건지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그 뒤로는 녹화 시작하고 빨간 표시 뜨는 거 한 번 더 확인하고 카메라 들어요. 그래도 가끔 또 의심스러워서 화면을 다시 들여다보게 돼요.
사진 찍는다고 동영상 모드 그대로
반대 경우도 있어요. 동영상 찍다가 사진 모드로 바꾼다는 걸 까먹고 그대로 셔터를 막 눌러댄 거예요. 분명 찍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사진은 한 장도 없고, 짧은 영상만 잔뜩 남아있었어요. 그날 찍고 싶었던 컷은 다 영상으로 남아 있더라구요.
다이얼 한 칸 차이인데 그게 또 그렇게 헷갈리더라구요. 지금은 자리 옮길 때마다 모드 한 번씩 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래도 신나게 찍다 보면 또 까먹어요.
메모리 가득 차서 놓친 순간
이게 제일 아쉬워요. SD카드 용량 거의 다 찼는데 비우는 걸 까먹고 그대로 갔던 날이 있었어요. 한참 찍다가 갑자기 카메라가 안 받는 거예요. 메모리 가득. 하필 그때 동물 친구가 진짜 좋은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거 놓쳤어요. 두고두고 생각나요.
그날 이후로는 출발 전에 SD카드 꼭 비우고 가요. 별거 아닌 건데, 그거 하나 안 했다고 그 장면을 못 담은 게 두고두고 아쉽더라구요. 그래서 여분 카드도 한 장 가방에 넣어 다녀요. 가방 무게는 좀 늘었지만 마음은 편해요.
다 적어놓고 보니까 별것 아닌 실수들이에요. 근데 이런 게 매주 쌓이더라구요. 어떤 실수는 다음 출사 때 또 반복하고, 어떤 건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안 하게 되고요. 그래도 다음 주에 또 가서 또 비슷한 실수를 할 거고, 또 몇 장은 건질 거예요. 그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처음 카메라 잡았을 때는 잘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요즘은 좀 내려놨어요. 어차피 매주 가니까, 오늘 못 찍은 건 다음 주에 또 찍으면 되고요. 못 건진 사진은 그냥 다음에 더 잘 찍자는 신호 같은 거지요.
혹, 비슷한 실수 해보신 분 계신가요? 저만 그런 게 아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