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생각이 많은 편이에요. 자기 전까지도 머릿속에 이런저런 것들이 계속 돌아가고 있거든요.
근데 그 생각이 딱 멈추는 순간이 있어요.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이요.
저는 미러리스를 쓰는데, 커다란 화면보다 작은 뷰파인더로 보는 걸 좋아해요. 뷰파인더에 눈을 대면 그 안에 있는 장면밖에 안 보이거든요. 숨도 멈추고, 팔도 딱 붙이고. 셔터를 누르기 전까지 기다리고 집중하는 그 순간엔, 솔직히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인지 저한테 사진은 꽤 오래전부터 생각을 내려놓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심리학에서는 외로움을 관계의 수가 아니라, 관계에 대한 나의 느낌으로 설명한다고 해요. 사람들 속에 있어도 외로울 수 있고, 혼자 있어도 마음이 충만할 수 있는 이유가 거기 있는 거죠.
SNS를 보다 보면 그런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남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그냥 오늘도 비슷한 하루인 것 같고. 설명하기 좀 어려운 공허함이요.
근데 카메라를 들면 시선이 바깥으로 향해요. 빛이 어떻게 들어오는지, 프레임 안에 뭘 둘지. 머릿속 이야기 대신 눈앞에 있는 장면이 중요해지거든요.
생각이 잠깐 멈추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무게가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완벽하지 않은 사진이어도 괜찮아요. 내가 저 장면을 남기기로 했다는 것, 그 선택 자체가 생각보다 마음을 단단하게 해줘요.
말로 설명이 안 되는 날들도 있잖아요. 그런 날 찍은 사진을 보면, 그때 내 마음이 어땠는지 보일 때가 있어요. 그냥 길가에 있던 그림자를 찍은 거였는데.
사진이 외로움을 없애주진 않아요. 근데 견딜 수 있게는 해주는 것 같아요.
마음이 좀 가라앉는 날엔, 그냥 카메라 들고 나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뭔가 대단한 걸 찍으려는 게 아니라, 그냥 눈앞에 있는 걸 한 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요.
사진을 찍는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꿔 놓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