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찍고 돌아와서 카드 열면 수백 장이 쏟아지잖아요. 비슷한 구도에 조금씩 다른 표정들, 노출도 조금씩 달라진 컷들. 찍는 건 그냥 찍었는데, 고르는 게 더 힘들더라구요.
연사도 좋아지고 저장 공간도 넉넉해지면서 오히려 선택이 더 어려워진 것 같아요. 기술적으로는 완벽한데 왠지 밋밋한 사진이 있고, 살짝 흔들렸는데 왠지 자꾸 보게 되는 사진도 있어요. 결국 뭘 기준으로 고르는 건지, 저도 찍으면서 조금씩 정리가 됐어요.
일단 처음엔 감정 빼고 기본부터 봐요.
초점 맞았는지, 흔들리지 않았는지, 노출이 너무 날아가거나 너무 깔리지는 않았는지. 특히 판다 친구들 찍을 때는 눈에 핀이 맞았는지 먼저 봐요. 핀 조금만 나가도 확 달라 보이더라구요.
거기서 살아남은 사진들은 화면 전체를 봐요. 배경에 쓸데없는 게 끼어든 건 없는지, 수평은 맞는지. 에버랜드 다니다 보면 사람이 끼거나 울타리가 걸리는 경우가 많아서, 이 단계에서 꽤 많이 빠지기도 해요.
그다음에야 감정을 봐요. 그 순간이 살아 있는 것 같은지, 표정이 진짜인 것 같은지. 후이바오나 루이바오 찍을 때 딱 그 순간의 느낌이 있는 사진들이 있어요. 설명 없이 그냥 보게 되는 사진들. 그런 게 남아요.
근데 솔직히 기준이 그날그날 좀 달라지긴 해요. 어떤 날은 표정에 더 눈이 가요. 예쁘고 사랑스러운 순간이 딱 잡힌 것들. 어떤 날은 표정보다 전체적인 분위기에 더 끌리기도 하고요. 그게 딱 정해져 있지는 않더라구요.
그래도 결론은 하나예요. 남들이 예뻐할까, 좋아할까가 아니라 내 눈에 예쁜가. 그게 기준이에요.
아, 그리고 흔들린 사진도 바로 버리지는 않아요. 앞에서 솎아낸다고 했는데, 막상 완전히 버려지지가 않더라구요. 선명하지 않은데 오히려 눈이 가는 경우가 있어요. 분위기라든가, 그날 빛이나 날씨가 묘하게 녹아 있는 사진들. 프레임에 꽉 차게 선명한 사진만이 좋은 사진은 아닌 것 같아서요. 그런 사진들은 일단 따로 빼두고 나중에 다시 봐요.
목적도 좀 달라요. 인스타에 올릴 거면 첫눈에 눈에 들어오는 게 중요하고, 블로그에 쓸 거면 글이랑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인화까지 생각한다면 해상도랑 색감도 봐야 하구요. 어디에 쓸 사진인지 먼저 생각하면 고르는 게 좀 수월해지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가능하면 하루 자고 나서 다시 봐요. 이거 진짜 강추예요.
찍은 직후엔 그날 분위기가 다 섞여 있어서요. 막상 다음 날 열어보면 전혀 다른 사진이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꽤 있어요. 당일엔 별로였는데 다음 날 보니까 괜찮은 경우가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반대로 그날 좋다고 생각했던 사진이 다음 날 보면 별로일 때도 있고요.
그래서 당일에 보고 맘에 안 든다고 바로 지우지 않는 걸 추천해요. 하루 자고 나서 다시 한번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아요. 지워버리면 그걸로 끝이니까요.
마지막엔 이거 하나만 물어봐요.
“이 중에 단 한 장만 남긴다면?”
막상 하다 보면 꽤 명확해지더라구요. 망설이다 고른 그 한 장에 이미 본인 기준이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아서요.
결국엔 마음에 드는 사진이 마음에 남는 사진인 것 같아요. 기술적으로 완벽해도 자꾸 안 보게 되는 사진이 있고, 뭔가 좀 아쉬워도 자꾸 열어보게 되는 사진이 있어요. 그게 좋은 사진인 것 같더라구요. 적어도 저한테는요.